👀 어두운 밤, 두 사람의 기묘한 거래가 시작된다
누군가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있다"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한밤중, 으슥한 뉴욕의 창고 근처에서 말이죠.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tès)는 바로 이런 경험에서 현대 연극의 걸작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Dans la solitude des champs de coton, 당쌀리튀드 데 샹 드 꼬똥)'를 탄생시켰답니다. 2025년 4월, 이근미 작가가 들려주는 이 작품은 단 두 사람의 철학적인 대화만으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파는 자와 사는 자, 혹은 욕망하는 자와 욕망이 없는 자의 기묘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현장으로 함께 가볼까요?
🎭 사뮈엘 베케트와 장 주네를 잇는 현대연극의 거장
"콜테스? 그 사람 누구야?" 라고 묻는다면, 프랑스 연극계에서는 눈이 동그래질 겁니다. 그는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두드러진 현상',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니까요.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사뮈엘 베케트)와 장 주네(Jean Genet, 쟝 주네)의 계보를 잇는 현대연극의 대표 작가로, 그의 작품은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47개 국가에서 공연되었습니다.
특히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희곡으로나 공연으로나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1990년대 이래로 프랑스 문인 중 국외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가라니, 뭔가 특별한 점이 있겠죠? 🤔
💬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 욕망의 부재가 만드는 긴장감
이 희곡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일단 구성이 독특합니다. 무대 지시나 시간, 공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이 오직 두 인물 간의 대화만 70페이지에 걸쳐 펼쳐집니다. 마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철학 세미나와 심리전이 복합된 듯한 대화가 말이죠.
작품 속 '딜(deal)'은 평범한 거래가 아닙니다. 작가는 이를 '금지되거나 엄격하게 통제되는 가치를 취급하는 상거래'라고 정의합니다. 약속된 신호들과 이중의 의미를 지닌 대화를 통해, 주로 상가가 문을 닫을 무렵에 이루어지는 그런 거래 말이에요. 그러니까... 다들 무슨 거래인지 짐작하시겠죠? 😏
🔄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있다" vs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딜러는 집요합니다. "당신이 이 시간에 이런 동네를 돌아다니는 이유는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상대방의 욕망을 확신합니다. 그러면서도 "내게 당신의 욕망을 알아맞히라고 요구하지는 마십시오"라며 모순된 말을 던집니다. 자신은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팔려는 건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죠.
반면 손님은 무심합니다. "나는 어떤 특정한 장소와 시간 속을 걷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단지 개인적인 일 때문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며 걸어가고 있을 뿐이지요. 내겐 당신에게 제안할 것도, 욕망도 없습니다." 얼마나 시크한 대답인가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말, 그것이 딜러를 더 집요하게 만드는 트리거가 됩니다.
🧠 욕망의 심리학: 파는 자와 사는 자의 게임
콜테스가 그려낸 딜러의 심리는 너무나 날카롭습니다.
"장사꾼이 예의를 갖출수록, 손님은 더 삐딱하게 나오기 마련이지요. 모든 장사꾼은 자신이 아직 알지 못하는 욕망까지도 만족시켜주려고 애쓰는 반면, 손님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제안하는 것을 언제든지 거절할 수 있다는 데서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곤 하니까요."
이 문장, 마치 인간의 욕망 심리학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 같지 않나요?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일상에서 딜러이면서 동시에 손님인 셈입니다. 무언가를 팔려고 애쓰는 순간도 있고(관심, 사랑, 아이디어...), 거절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려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 "두 개의 제로가 되자" -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은유
'이방인'인 손님은 딜러에게 "그저 잠시 나란히 놓여 있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굴러가는 그런 두 개의 제로가 되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면서 "정의할 수 없는 시공간인 이 시간과 이 장소의 끝없는 고독 속에서 모두가 혼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죠.
이 대사, 마치 2025년 현대인의 고독을 예언한 것 같지 않나요? SNS로 연결된 듯하지만 실은 더 고립된 우리의 모습 말이에요. 1985년에 쓰인 작품이 40년이 지난 지금 더 와닿는다니, 이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겠죠.
💡 짧은 대화의 시대에 던지는 깊은 질문
이근미 작가가 지적했듯, 짧고 의미 없는 말이 난무하고 빠른 자극에만 반응하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단문 메시지, 이모티콘, 짧은 동영상... 우리는 점점 더 긴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었죠.
그런 의미에서 콜테스의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까지 "당신은 내게 원하는 걸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내게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단 말입니다?"라며 공방을 벌이는 두 사람. 그들의 대화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다음번에는 콜테스의 다른 작품도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요? 그의 짧은 생애(42세에 에이즈로 사망) 동안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세계 각국의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의미를 담은 긴 대화를 찬찬히 되새기며, 내면의 욕망과 고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혹시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라고 답할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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