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병 아쎄이를 위한 해병-중첩의문문 생성기

행운의 중첩문장을 만들어보세요!

중첩문장 생성 중...

생성된 중첩의문문

로또 번호 추첨기

행운의 번호를 뽑아보세요!

번호 추첨 중...

당첨 번호
통계
가장 많이 나온 숫자
-
가장 적게 나온 숫자
-
최근 추첨 기록
추첨 기록이 없습니다.
글글글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두보와 송한필이 노래한 봄날의 무상함

by 다양한 글글글 2025. 4. 7.
반응형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두보와 송한필이 노래한 봄날의 무상함

 

곡강이수-1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
막 지려는 꽃이 눈에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 하여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으리.
강가 작은 집에 물총새 둥지 틀고
동산 옆 높다란 묘 기린 석상 누워있네.
천천히 물리를 헤아리며 마음껏 즐겨야지
무엇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요.

곡강이수-2

두보

조회 끝나고 돌아와서는 봄옷 저당 잡히고
날마다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가네.
외상 술값은 가는 데마다 깔렸느니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 했지.
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
잠자리는 물을 찍으며 천천히 날아가네.
아름다운 풍광도 인생처럼 흘러가는 것
이 좋은 경치를 어찌 아니 즐길 건가.

* 두보(杜甫, 712~770) : 당나라 시인

📚 봄은 왔다 가는 것, 인생도 그러하니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의 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은데, 꽃잎은 벌써 바람에 흩날리고 있으니까요. 고두현 기자의 '아침 시편'은 이런 봄날의 아쉬움을 천 년 전 두보의 시와 조선 중기 송한필의 시를 통해 들려줍니다. 봄날의 덧없음을 노래한 두 시인의 감성이, 2025년 봄을 맞이한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지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
막 지려는 꽃이 눈에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 하여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으리.

당신도 느끼시나요? 꽃잎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봄이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을. 두보(杜甫, 712~770)는 1300년 전, 봄날의 덧없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것도 한 점, 두 점이 아니라 바람에 '만 점'의 꽃잎이 흩날릴 때의 그 시름이란...😢

재미있는 건, 두보가 이런 덧없음을 한탄하면서도 해결책은 의외로 명쾌하다는 점입니다. "막 지려는 꽃을 잠시 바라본다고 해서 몸이 상하는 것도 아니니,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겠다"는 거죠.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인생은 짧으니 즐길 때 즐기자"는 YOLO(You Only Live Once) 정신의 선구자랄까요?

🏞️ 강가의 물총새, 무너진 석상 - 흥망성쇠의 풍경

강가 작은 집에 물총새 둥지 틀고
동산 옆 높다란 묘 기린 석상 누워있네.
천천히 물리를 헤아리며 마음껏 즐겨야지
무엇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요.

두보가 노래한 곡강(曲江)은 당나라 수도 장안의 동남쪽에 위치한 연못으로, 한때는 아름다운 경치와 화려한 부용원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그러나 '안녹산의 난' 이후, 이곳은 완전히 피폐해져버렸죠.

사람들이 떠나자 물총새가 빈집 처마에 둥지를 틀고, 화려했던 무덤의 석상은 나뒹굴고 있습니다. 마치 오늘날 폐허가 된 도시를 묘사하는 듯한 이 풍경은, 인간이 만든 모든 영화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니 "물리를 천천히 헤아리며 마음껏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물음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이 아닐까요?

🍶 봄옷을 저당 잡히고 외상술을 마시는 시인

조회 끝나고 돌아와서는 봄옷 저당 잡히고
날마다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가네.
외상 술값은 가는 데마다 깔렸느니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 했지.

단지 철학적인 관념으로만 시를 쓴 것이 아닙니다. 두보의 현실은 꽤나 고단했던 모양이에요. 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봄옷을 저당 잡히고, 외상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당시 관직에 있었던 두보가 왜 이렇게 가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마도 난세를 살았던 시인의 고단한 삶이 반영된 것이겠죠.

특히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고희(古稀)'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답니다. 그 시대에는 70세까지 사는 것이 드물었으니, 인생의 덧없음을 더욱 실감했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백세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두보의 시는 단순한 비탄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나비와 잠자리가 그려내는 봄날의 풍경

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
잠자리는 물을 찍으며 천천히 날아가네.
아름다운 풍광도 인생처럼 흘러가는 것
이 좋은 경치를 어찌 아니 즐길 건가.

이 구절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생생합니다. 나비가 꽃에 파고드는 모습, 잠자리가 물 위를 스치며 천천히 날아가는 모습... 읽다 보면 눈앞에 봄날의 풍경이 펼쳐지는 듯합니다. 두보는 이런 아름다운 풍경마저도 인생처럼 흘러간다고 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풍경을 즐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두보의 진짜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모든 것이 덧없고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는 것이죠. 오늘날로 치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의 정신, 현재에 충실하자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 "하룻밤 비바람에 한 봄이 오가는데..." - 송한필의 우음

어젯밤 비에 피었던 꽃
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
비바람에 오고 가는구나.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두보의 시와 함께 고두현 기자가 소개한 또 다른 시는 조선 중기 문장가 송한필(宋翰弼)의 '우음(偶吟)'입니다. 단 네 줄의 짧은 시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실로 무겁습니다.

송한필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신분적 제약으로 고통받은 인물입니다. 1589년에는 그의 일족이 노예로 전락하는 비극까지 겪었죠. 율곡 이이가 "성리(性理)에 관해 토론할 만한 사람으로 오직 익필(翼弼 : 송한필의 형) 형제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그 재능은 뛰어났지만, 시대의 비바람에 꽃잎처럼 흩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 비바람 속에 피었다 지는 꽃, 그것이 우리의 인생

얼핏 보면 하룻밤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을 보며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시 같지만, 실은 그 안에 "한없이 무겁고 쓸쓸한 생의 이면"이 담겨 있습니다. 비바람은 연약한 꽃잎을 흐트러뜨리는 권력과 피바람의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송한필의 시는 자연현상을 묘사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슬픈 운명을 꽃에 비유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어젯밤 비에 피어났다가 아침 바람에 허무하게 지는 꽃처럼, 송한필의 삶도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외부의 '비바람'(권력과 신분제도)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 "하룻밤 비바람에 한 봄이 오고 가는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두 시인의 시를 함께 읽다 보면, 봄날의 덧없음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발견하게 됩니다. 두보는 덧없음을 알면서도 현재의 아름다움을 즐기자는 적극적인 태도를, 송한필은 외부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 인생의 무상함과 그 속에서의 쓸쓸함을 보여줍니다.

2025년 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루하루 지나가는 봄날처럼, 우리의 인생도 순간순간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룻밤 비바람에 한 봄이 오고 가는데..." 우리는 무엇으로 이 짧은 인생의 봄날을 의미 있게 채울 수 있을까요?

꽃잎이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드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도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보처럼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천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전해지는 봄날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반응형